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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별을 쳐다보며

by 광적 2008. 5. 13.
                                         별을 쳐다보며 / 김석규

까닭없이 마음 고픈 날은 별빛으로 가득 채워야하리.
 
소리쳐 부르기엔 아슬히 높고 너무 멀기만 한 곳
떨기마다 새로 돋아난 작은 별들은 꽃초롱을 켜 들고 스스로의 머리카락을 날려 전신의 물방울을 떨구어 낼 때 이제는 그리운 이의 초록빛 이름을 불러도 좋으리.
 
바람이 불고 날 저물어 쉽게 어두워지는 지상에 마지막 그 하나 가장 소중한 무엇이 남는 것일까.
 
헐거운 신발과 지켜가기에도 버거운 한 줌의 불빛과 봉두난발의 그리움 오롯이 재가 되어 남는 자리
밤이 깊어질수록 별이 되어 별빛 되어 남고 싶은데
젖은 새벽으로 눈 뜨는 영혼 맑게 고인 샘 가까이
살아가기에 너무도 빽빽히 부대끼고 지친 죽지 접어 내려놓고 천지를 덮는 아득한 목마름 별빛으로 축여야하리.
 
지붕 위에 올라 발돋움해도 아슬히 높고 너무 멀어서 날마다 질척거리는 저자거리의 아우성과 비린내와 숨턱을 막는 더위와 근심의 실뿌리 어느 것 하나인들 떨기마다 별이 피어나는 마을에까지는 갈 수 없지.
 
새들이 곤한 잠에서 깨어나도 나누어 줄 수 없지.
 
철철철 물소리로 흐르는 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이밤 흔적도 없이 마음은 흘러 몇 천리나 만 리
 
그리운 이의 고운 얼굴되어 눈빛으로나 돌아올까
까닭없이 마음 고픈 날은 별빛으로 가득 채워야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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