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1168 성자의 손/손설강 성자의 손/손설강 2025. 4. 8. 비밀 일기장/권예자 비밀 일기장/권예자 나무는쉽사리 제 이력을 말하지 않는다특별한 신분이 되고나서야개인 등록증이 만들어질 뿐그들의 이력 뽑아 볼 일 없다나무들이 꼭 해야 하는 일은거짓 없는 일기를 쓰는 일바람이 어루만진 감촉구름이 걸터앉아 들려준 말꽃들이 내뿜던 향기로운 추파와달빛이 작곡한 세레나데를 기록한다폭풍에 맞서던 처절한 기억딱따구리가 쪼아낸 몸피의 통증도제 몸 갈피에 촘촘히 새겨 넣는다숫자를 배우지 않아이익과 손해를 모르고걷는 방법도 몰라늘 제자리에서 늙어간다누군가 달라고 손을 내밀 때마다망설임 없이 나누어 주는 큰손을 가졌다세상과 작별한 후에 비로소 공개되는 나무들의 비밀일기장시집 『비밀 일기장』2015. 지혜 2025. 3. 23. 흰 바람벽이 있어/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이 흰 바람벽에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이 흰 바람벽에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그의 지아비와 마주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 사이엔가이 흰 바람벽.. 2025. 3. 13.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백석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바로 날도 저물어서,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딜옹배기에 북덕불(화톳불)이라도 담겨 오면,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또 문 밖에 나가지도 않고 자리에 누워서,머리에 손깍지 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새김질하는 것이었다.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 2025. 3. 13. 이전 1 2 3 4 ··· 29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