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유용선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유용선 내 나이 여섯 살 적에아버지와 함께 간 그 냄새나는 식당,그 옆에 냄새나는 변소,그 앞에 묶여 있던 양치기,는 그렇게 묶인 채로 내 엉덩이를 물었다.괜찮아, 괜찮아, 안 물어.그 새끼 그 개만도 못한 주인새끼의그 말만은 믿지 말았어야 했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나는 번번이 짖는 개에게 물렸다. 사랑을 부르짖는 개,는 교회에서 나를 물어 뜯었다.정의를 부르짖는 개,는 내 등 뒤에서 나를 덮쳤다.예술을 부르짖는 개,는 백주대로에서 내 빵을 훔쳐 달아났다. 괜찮다, 괜찮다,는 개소리는 지금도 내 엉덩이를 노린다.괜찮아, 괜찮아, 물지 않을 거야.저 새끼 저 개만도 못한 새끼의싸늘한 속삭임을 나는 도시 믿을 수 없다. *시집, 개한테 물린 적이..
2024.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