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산문2 꿈꾸는 카트/최지안 꿈꾸는 카트/최지안 마트에 묶인 머슴이었다. 그의 이름은 카트, 정규직이다. 눈 감고도 매장을 훤히 꿰뚫을 만큼 도가 튼 베테랑 직원이지만 임금이 없다. 임금이 없으니 노조도 없다. 노조가 없으면 파업이나 태업도 없다. 고용주 입장에서 인간이 아닌 직원은 더할 나위 없는 환상적인 파트너다. 사각의 프레임과 동그란 바퀴. 카트는 네모와 동그라미의 공존으로 굴러간다. 발 없는 철재 프레임을 바퀴 4개가 이끈다. 프레임이 아무리 견고하고 훌륭해도 바퀴가 있어야 제구실을 한다. 바퀴도 마찬가지,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다. 동그라미가 없다면 네모는 무용지물이고 네모가 없다면 동그라미도 쓸모없다. 전체를 구성하는 개체들의 운명이 그러하듯 모든 관계는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네가 없다면 나의 존재 이유가 불투.. 2024. 4. 26. 우짤랑교 / 이래춘 우짤랑교 / 이래춘 “정년퇴직은 생전에 치르는 장례식이다” 일본 소설 《끝난 사람》은 이렇게 시작된다. 정년퇴직하는 날, 주인공은 꽃다발과 선물을 받으며 회사가 내주는 고급 세단에 오른다. 차를 둘러싼 직원들의 마지막 인사가 마치 조문객이 영구차를 배웅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어떤 이에게는, 퇴직이 주는 심리적인 충격이 자신의 장례를 치르는 듯 치명적이다. 퇴직을 하면 많은 것이 사라진다. 월급, 월급날 아내의 미소, 사무실 책상, 인간관계 그리고 명함. 특히 명함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이 크다. 회사 다닐 때는 명함 한 장이면 충분했다. 손바닥보다 작은 네모난 종이가 나를 대신 설명해 주었다. 상대방이 내 명함에서 회사 이름과 직위를 확인하고 "아~" 짧은 감탄사를 내뱉는 상황을 은근히 즐겼.. 2024. 4.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