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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있는 것들/기타

[샘터시조상] 2008년 제33회 / 최한결, 정구준, 김기수

by 광적 2008. 5. 28.

<시조 부문 장원 >

 

     비2 / 최한결

누군가 빗줄기를 알맞게 조여놓고
현 고르는 소리에 나직이 젖어들면
감감히 시들은 생각 올연히 돋아난다.

<시조 부문 가작 >

     민들레 / 정구준

새로 산 광주리에 꿀통을 담아 이고
삼십 리 장터 길을 오가셨던 어머니
봄볕에 백발이 되어 바람 앞에 서 있네


<시조 부문 가작 >

 
     간월암 - 김기수

찾아간 그날에도 간월암은 섬이었네
저 물길 몇 번을 더 서역을 돌아와야
내 앞에 길이 열리고 달이 마중 나올까


[당선 소감]

 
내가 시조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된 것은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다 고시조를 접하면서부터이다. 한번 써보자, 우리 역사를 가르치는 내가 우리 것을 사랑하지 않으면 되겠는가. 그러나 절제된 우리 가락이 참으로 좋았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였다. 한동안 갈등도 겪었지만 '샘터 시조'는 공부하기에 더없이 좋은 교재였으며 길잡이였다. 잘된 점, 잘못된 점을 평하는 것을 음미하면서 습작을 거듭하였다. 이때 바로 시조가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또한 여기저기 귀동냥도 하고 많은 책을 찾아 읽었다.

문학 활동을 하면서 나만의 색깔 있는 시조를 써보려고 고심하던 차에 샘터상 시조 부문 장원에 당선되었다는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다. 시조를 쓰는 한 사람으로서 기쁨을 감출 수 없지만 아직은 우리것을 더 사랑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늘 함께한 '오늘의 문학' 회원님과 무엇보다 졸작을 선정해주신 샘터에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

최한결-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시조 부문 장원 수상 소식을 듣고 꼭 심사위원, 본지 기자들과 막걸리 한 잔을 하겠다고 별렀고 결국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시조로 만난 사람들과 술 한잔 하는 것이 인생의 큰 낙이라고 합니다.

[심사평]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를 보면 중학생에게 작문 숙제로 원고지 30를 지어오라고 합니다. 선생님은 다시 반으로 압축해오라고 합니다. 그렇게 압축해가면 다시 반으로, 또 반으로, 압축을 반복하여 결국 1/10이 됩니다. 시조는 45자 내외에 작품을 담아야 하는 아주 작은 술잔 같은 그릇입니다. 그런데 이 작은 잔에 아무리 큰 것도 다 담을 수가 있습니다.

시적 대상의 이미지를 삭히고 익혀 나와 일체가 되게 해야 합니다. 다 녹여서 나와 영혼의 결합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면 30장도 모자라 미처 담지 못했던 것을 45자에 다 담을 수 있습니다. 그때 나와 시적 대상이 하나가 되어 영혼의 그림자가 일렁이는 작품이 탄생합니다. 이런 작품들이 많이 나오면 시조는 자연스럽게 사랑받게 될 것입니다.

2008년 샘터상 시조 부문에 선정 된 세 작품 모두 자연과 인생 구상과 추상의 세계를 조화롭게 잘 담았습니다. 이미지 속에 영혼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비2'는 하프의 부드러운 선율이 느껴지고, '민들레'는 하얀 백발의 어머니 모습이 일렁이고, '간월암'은 시인의 삶과 인생을 잘 대비시킨 삼에 대한 하나의 물음표입니다. -최길하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