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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있는 것들/기타

연애방정식

by 광적 2008. 5. 30.
[김양호의 연애방정식] 혼전동거를 생각해본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고 책임감 없으면 결정도 속결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책임감이 따르지 않는다면 언제나 이별을 전제하게 된다. 약간의 다툼만 있어도 헤어질 생각부터 해버리는 것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와 대학을 마치고 유명한 대기업에 들어가 혼자서 자취생활을 하던 32세의 남성이 있었다. 평소 너무도 까다로워 만나는 여성마다 싫다고 고개를 저었던 이 남성은 다섯번째의 미팅에서 드디어 '콩깍지가 씌일' 만한 여성을 만났다. 매일 전화를 붙잡고 지냈으며 두사람의 애정은 깊어 갔고 급기야 하루도 떨어져 지낼 수가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했다. 회사동료와의 술자리로 항상 늦게 귀가를 하던 이 남성은 이제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지 회식자리를 빠져나오는 사람으로 변했다.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서 둘만의 오붓한 생활에 점점 빠져들어갔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행복할 줄만 알았던 두 사람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사랑의 뜨거움이 잔잔해지자 이성적으로 서로를 보게 되고 조금씩 마찰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언성을 높이고 서로를 비난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 남성은 여성에게 이별을 통보해 버린다. 여성 또한 별다른 아쉬움 없이 이에 쉽게 동의해준다.

만일 두 사람이 결혼을 한 상황이었다면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결혼을 하는 순간부터 주도권 쟁탈전 등 여러 형태의 신경전이 시작되고 아주 사소한 이유 등으로 부부싸움을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한 두번 이혼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만 막상 이혼을 하려고 하면 양가 부모님이 받게될 충격을 걱정하게 되고 게다가 아이까지 생기면 더더욱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쉽게 헤어질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돌이켜보면 그때 헤어지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나중에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부부간의 애틋한 정이 두사람을 끈끈하게 이어주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물론 요즘같이 이혼이 빈번한 시대에 결혼은 정말 신중을 기해야 할 일임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구나 이혼으로 인한 결손가정의 증가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혼전동거를 두고 비난만 할 일은 아니라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섣부른 결정으로 결혼을 했기 때문에 이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인내심이나 배려심, 사랑하는 방법의 미숙이 이혼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이혼 증가가 혼전동거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쉽게 시작하는 동거는 헤어지는 것도 쉽다. 무엇보다도 이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의 가치를 알게 되는 귀중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닥스클럽 부산지사장 happiness@daksclub.co.kr
 
<국제신문 스크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