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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오래된 살구나무 / 마경덕

by 광적 2008. 6. 8.

   오래된 살구나무 / 마경덕


 

꽃 터지듯, 터지는 사람을 안다. 나뭇가지에 올려진 

봄은 짧았다 

 
발등으로 쏟아진 이름을 한 이레 바라보면
말라죽은 가지에 푸른 젖꼭지가 돋고
배고픈 봄이 건너와, 

 

다닥다닥 들러붙어
죽은 살구나무 젖을 빤다

 

오래 전 한 여자
저 나무에 목을 달고,
흙 살구를 주워 먹은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옛 살구나무에 묶여, 늙어버린 봄
쉿!
끈 떨어진 슬리퍼를 신고 꽃그늘에 숨어 운다

 

베어진 나무 아래 한나절, 누군가 울다간다 


- 시와문화, 2008.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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