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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있는 것들/기타

어느 휴게소의 情談

by 광적 2008. 8. 4.

어느 휴게소의 情談 / 김영민

 

    친구 결혼식 참석 차 대구행 고속버스를 탔다가 생긴 일이다. 휴게소에 들러서 한 10분쯤 지났을까. 내 앞자리 할머니가 갑자기 "창열아! 창열아!" 하고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대는 것이었다. 할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손자가 없어진 것이다. 할머니는 당황해서 내 손을 덥석 잡고 "아이고, 우리 창열이 어데 있어요? 우리 창열이 찾아줘요" 하셨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다른 승객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모두가 마치 자기 일처럼 그 아이 찾기에 나섰다. 버스 기사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버스 출발시간은 이미 지난 지 오래였다.

   바로 그때였다. "할매!" 하면서 버스로 달려오는 한 아이가 있었다. 창열이었다. 버스에 탄 창열이가 "이거" 하면서 할머니한테 건넨 건 호도과자 한 봉지. "에잇! 이놈아! 이 미친노무자슥아, 어디 갔었어?"하며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인 채 손자를 와락 끌어안았다. 버스기사도, 승객도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버스는 출발했다. "아이고! 고맙소, 기사양반, 손님들도 고맙소, 다들 울 아이 때문에 고생했지유, 십년감수했소." 할머니의 말씀에 버스 안엔 웃음꽃이 피었다.

   창열이를 찾는 동안, 버스 승객 그 누구도 출발을 재촉하지 않았다. 당시 승객 모두는 인정(人情)에 취해 시간을 잠시 잊었던 것 아닐까. 창열이를 보자마자 할머니가 내뱉었던 욕지거리. 그보다 손자 사랑하는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이 세상에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면 지금도 미소가 떠오른다.

 

<김영민·2008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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