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심있는 것들/지질

해저터널

by 광적 2008. 8. 22.

해저터널

 

   길게 뻗은 일본 혼슈(本州)와 홋카이도(北海道)를 잇는 해저터널은 ‘세이칸(靑函) 터널’이라 불린다. 혼슈 북단의 아오모리(靑森)와 홋카이도 남단 하코다테(函館)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다. 철도 전용인 이 터널의 길이는 53.85㎞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원래 혼슈와 홋카이도 사이의 수송은 세이칸 연락선의 몫이었다. 그러나 1954년 9월 급격히 발생한 강한 태풍으로 도야마루(洞爺丸) 등 세이칸 연락선 5척이 침몰했다. 희생자 수는 무려 1400명. 전쟁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셋째로 큰 해난사고였다. 이를 계기로 안전한 교통로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61년 세이칸 터널의 착공에 들어갔다. 88년 개통까지 무려 27년에 걸친 난공사였다.

   기세를 살려 일본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 도버해협을 잇는 해저터널의 공사에도 관여했다. 88년 착공해 94년 개통한 이 해저터널의 총 길이는 50.5㎞. 런던과 파리를 2시간대에 연결한다.

   일본의 해저터널 구상은 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의 부산과 일본 규슈(九州)지방의 사가(佐賀)현 이키(壹岐)섬을 잇는 구상이다. 당시 식민통치하의 부산을 거쳐 단둥~베이징~구이린(桂林)~하노이~사이공(현 호찌민)~방콕~싱가포르의 1만㎞에 달하는 노선을 ‘탄환철도(현 신칸센)’로 연결하는, 이른바 ‘대동아 종관(縱貫) 철도계획’이었다. 이 구상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에 의해 무산됐다.

   15일 일본 국회에서 한국과 일본을 잇는 철도용 해저터널의 실현을 위한 초당파 의원연맹의 발기인 모임이 열렸다. 전 방위청 장관과 야당 간사장 등 초호화 멤버가 이름을 올렸다.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총 길이 230㎞(해저부분 128㎞)의 세계 최장 터널이 완성되면 도쿄~런던이 철도로 연결된다. 대륙을 향한 섬나라 일본의 오랜 꿈이 자신들의 기술로 실현되는 셈이다. 일본에선 지질조사를 위해 80년대 중반 가라쓰(唐津)시에서 실제 470m가량의 갱도까지 팠다.

   최초의 ‘해저터널 의원연맹’ 소식을 들으면서 도버해협이 떠오른다. 도버해협의 터널은 최초 구상부터 양국 합의까지는 182년이 걸렸다. “우리는 지금도 (영·불 간 거리가) 너무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더 가깝게 하는 데 우리보고 참여해 달라는 말이오?”(1858년, 로드 파머스톤 영국 총리)란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상대방의 ‘다른 의도’를 우려한 것이다. 시대는 변했다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기술보다 신뢰다.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