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反韓 감정 도를 넘어
올림픽 계기 악의적 허위정보 난무… 방치할 단계 넘어
中관중, 한국 상대팀 노골적 응원… "지한파 확대 등 장기적 대책 필요"
"중국 내 반한(反韓) 감정을 직접 대하니 기분이 오싹해집니다. 우리 상품이 잘 팔릴까 하는 걱정 때문에 올림픽 기간 내내 긴장했어요." 베이징(北京) 올림픽 마케팅을 위해 서울에서 온 대기업 임원은 올림픽 개막식 전후 반한 감정이 한국상품 불매로 이어지지 않을까 중국 인터넷을 모니터링했다고 한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인의 반한 감정이 표면화하고 있다. 이 기류는 8일 개막식 때부터 확연히 드러났다. 한국 선수들이 올림픽 주경기장에 입장할 때 관중은 조용했다. 미국, 러시아, 북한 등 다른 나라 입장 때의 열렬한 환호와 대비됐다.
경기가 시작되자 중국 관중은 한국팀에게는 응원을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팀은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16일 한일 야구 예선전에서는 중국 관중이 일본을 응원했다. 중국 관중이 자신들을 침략했던 과거를 지닌 일본을 응원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같은 날 한국과 미국의 여자 탁구 단체전에서도 중국 관중들은 '메이궈 짜요'(美國加油ㆍ미국 파이팅)를 외쳤다. 중국 관중의 이런 표현은 '한국이 가장 싫다'라는 메시지와 다름없다.
인터넷에서는 더 노골적이다. 한국이 쿠바와의 야구 경기에서 이기자 중국 네티즌은 "누가 한국의 코를 납작하게 해줘야 하는데"라고 반응했다. 한국을 빵즈(捧子ㆍ하찮은 놈)로 비하하는 글이 넘친다. 한다.
중국 지도자들까지 반한을 넘어 혐한(嫌韓)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은 그 심각성을 일깨우고 있다. 이번 주 자칭린(賈慶林) 정협 주석 등 중국 지도자를 만나고 돌아온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의 반한감정에 대해 중국 당국자들까지도 우려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도 1980년 이후 태어난 중국 젊은이들이 반한정서를 지니고 있음을 걱정했다고 한다.
이런 기류는 돌발적인 변수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쉬즈지앤(徐志堅) 중국 법제일보기자는 "개막식 직전 한국의 한 방송사가 개막식 공연을 사전 공개하고 중국의 일부 네티즌이'쑨원(孫文)이 한국인이라는 기사를 한국 언론이 보도했다'는 등의 허위 정보를 올리면서 대한 감정이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근거 없는 것에 바탕을 둔 이런 정서가 올림픽을 맞아 일시적으로 터지는 것이어서 쉽게 가라앉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내 반한 감정의 뿌리가 깊다고 보고 있다. 중국 런민(人民)대학 교환교수로 와 있는 전성홍 서강대 교수는 "반한 정서의 표출은 여러 상황들이 누적된 결과"라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과 가장 친하다"는 식의 세련되지 못한 외교, 2007년 중국 창춘(長春)에서 열린 동계아시아게임에서 우리 선수들이'백두산은 우리 땅'이라는 세리머니를 하는 등의 대중 자극, 2001년 동북공정 문제이후 악화된 한중 역사 논란, 티베트 사태 등에서 보여준 한국 언론의 서구 편향적 보도 태도 등이 빚어낸 반응이라는 것이다.
물론 중국이 경제성장 속에서"한국 정도면 따라잡을 수 있다"는 식의 자신감도 반한기류의 저변에 깔려 있다. 이는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민족주의에 우리가 애매하게 희생양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 교수는 "우리가 중국에 저자세를 취할 필요는 없지만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우호를 증진해야 하는 것은 국익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인터넷에 퍼진 잘못된 한국 관련 정보나 보도를 고치면서 양국간 오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각종 교류로 지한파의 저변을 넓히고 보다 세련된 대중 외교 정책을 구사해야 하는 등 장기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전 교수는"그간 우리는 중국을 이러 저러하게 분석하고 연구했지만 진지하게 중국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히 했다"며 "이번 올림픽이 중국을 어떻게 대할지를 성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인터넷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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