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궁(名弓) / 차주일
봄은 겨울에 잠입한 궁사이다
길을, 강을, 산맥을 활줄로 끌어당겨 그러쥔
첫눈은 굽은 곳에 모여서 주먹으로 언다
봄의 손아귀 아래
촉을 겨눈 채 허공을 겨눈 민들레 한 뿌리
탄력을 장전한 화살처럼 떨고 있다
맨 먼저 얼어 맨 나중 녹는 탄력으로 맨 먼저 축축한 음지는
무엇보다 앞서 새싹을 쏴 올린다
민들레 씨앗은 음지의 효시여서 제 그림자에 명중한다
굽은 곳마다 매복해 있던 궁사들이 활줄을 놓는다
지상이 온통 음지로 환하다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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