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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명궁(名弓) / 차주일

by 광적 2010. 2. 9.

    명궁(名弓) / 차주일

 

봄은 겨울에 잠입한 궁사이다

길을, 강을, 산맥을 활줄로 끌어당겨 그러쥔

첫눈은 굽은 곳에 모여서 주먹으로 언다

봄의 손아귀 아래

촉을 겨눈 채 허공을 겨눈 민들레 한 뿌리

탄력을 장전한 화살처럼 떨고 있다

맨 먼저 얼어 맨 나중 녹는 탄력으로 맨 먼저 축축한 음지는

무엇보다 앞서 새싹을 쏴 올린다

민들레 씨앗은 음지의 효시여서 제 그림자에 명중한다

굽은 곳마다 매복해 있던 궁사들이 활줄을 놓는다

지상이 온통 음지로 환하다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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