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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기억형상합금/공광규

by 광적 2014. 3. 24.

                기억형상합금

                                                          공광규

 

겨우내 참새들이 와서 놀던 쥐똥나무 울타리

가는 나뭇가지에 새잎이 참새 발가락만큼 돋았다.

참새는 가는 발가락으로 나뭇가지를 붙잡을 것이고

발가락이 붙잡고 있던 가는 나뭇가지에는

체온이 가는 참새 발가락만큼 묻어 있었을 것이다.

나뭇가지들은 참새 발가락 체온을 기억했다가

쥐똥나무 어린잎을 체온만큼 내밀어주고 있는 것이다.

 

<해설>

여러 기술이 첨단을 달리지만 몸에서 몸으로 이어진 온기만큼 강한 기억은 없지요. 추운 겨울 참새 발가락의 온기는 새잎 돋우는 힘이었습니다. 찬바람에 언 내 손 잡아주던 당신의 손, 기억납니다. 올봄엔 더 많은 이들의 손을 잡아 보세요. 저마다의 새잎 키우기 위해….

 

                                                                (한국경제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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