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론/임경묵
봄볕이 며칠째 몽우리를 만지작거리니까
목련이 제 가슴을 확 보여 주었다
애기똥풀도 놀라서 길섶에 꽃을 토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공부가 힘들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딱 한 번 버럭 하셨는데
조촐한 세간들이 좁은 마당을 함부로 날아다녔다
그 후로 공부가 힘들지 않았다
오래 참았다가 한 번에 터트리는 것은 아름답다
상수리나무가 빛나는 열매를 내려줄 때는
갈바람이 나무의 뺨을 갑자기 후려칠 때다
그래야 단풍도 붉으락푸르락한다
'좋아하는 문학장르 >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수원/고영민 (0) | 2021.01.04 |
---|---|
즐거운 소음/고영민 (0) | 2021.01.04 |
요약 / 이갑수 (0) | 2020.12.21 |
두개의 경전/신미균 (0) | 2020.12.21 |
폭탄 돌리기/신미균 (1) | 2020.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