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오아시스 / 하여진
스무 개의 젖꼭지를 가진 여자를 나는 알고 있어 물만 먹고 사는 시한부 인생인 그녀, 썩는 것보다 더 두려운 건 부서지는 거였어. 그녀에게 달라붙어 젖을 빨고 있는 한 아름의 꽃, 그녀는 몸에 피어나는 이슬의 냄새며 바람의 무늬를 보고 내일쯤은 비가 오리라는 것을 알아, 톱밥과 모래로 태어난 몸뚱어리 구멍 뚫어 자신의 젖을 남김없이 주는 게 그녀의 소망이었어 " 거기 누구 없어요 이름 없는 풀꽃이라도 괜찮아요 나는 아직 젖이 남아있어요" 골목을 지나다 들었어 쓰레기통에 부서진 오아시스가 울고 있었어. 세상에서 가장 목마른 이름이 오아시스였어.
* 오아시스 : 꽃집에서 꽃꽂이용으로 사용하는 초록색 수반. 모래와 톱밥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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