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걸레질/장인수

by 광적 2021. 6. 15.

걸레질/장인수

 

 

교실 바닥에서

걸레끼리 부딪친다

교사도 걸레질

교탁과 칠판의 50%가 학생의 몫인 것처럼

걸레의 50%도 교사의 몫

교실 바닥에 눌어붙은 껌도, 침도, 녹아 끈적한

사탕도

우리 모두의 것

교실 바닥에는

우울, 졸음, 짜증, 자학, 무기력, 얼룩도 널려있다

자폐와 분노조절장애의 욕설과 핏물도 묻어 있다

종이비행기가 된 교과서도 있다

코피를 닦아낸 빨간 휴지도 있다

교실의 쓰레기통에는

두통약, 복통약, 독감약, 알레르기 비염약, 결막염약,

신경안정제가

뱀 허물처럼 널려 있다

걸레도 교육이다

닦는 것도 교육이다

'좋아하는 문학장르 >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나기철  (0) 2021.06.15
소주 반 병/장인수  (0) 2021.06.15
엄마의 꽃밭/김광희  (0) 2021.06.14
위험한 속도 / 마경덕  (0) 2021.06.14
벚꽃 진다/황구하  (0) 2021.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