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을동/현택훈
예부터 물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여 살았지
늘 물이 고여 있는 땅이라서 곤을동
안드렁물 용천수는 말 없이 흐르는데
사람들은 모두 별도천 따라 흘러가 버렸네
별도봉 아래 산과 바다가 만나 모여 살던 사람들
원담에 붉은 핏물 그득한 그날 이후
이제 슬픈 옛날이 되었네
말방이집 있던 자리에는 말발자국 보일 것도 같은데
억새밭 흔드는 바람소리만 세월 속을 흘러 들려오네
귀기울이면 들릴 것만 같은 소리
원담 너머 테우에서 멜 후리는 소리
어허어야 뒤야로다
풀숲을 헤치면서 아이들 뛰어나올 것만 같은데
산 속에 숨었다가 돌아오지 못하는지
허물어진 돌담을 다시 쌓으면 돌아올까
송악은 여전히 푸르게 당집이 있던 곳으로 손을 뻗는데
목마른 계절은 바뀔 줄 모르고
이제 그 물마저 마르려고 하네
저녁밥 안칠 한 바가지 물은 어디에
까마귀만 후렴 없는 선소리를 메기고 날아가네
늘 물이 고여 있는 땅이라서 곤을동
예부터 물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여 살았지
<제1회 4.3 문학상 당선작>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조명철)가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에 시 분야에 제주시에 거주하는 현택훈 시인의 ‘곤을동’, 소설 분야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구소은 작가의 ‘검은 모래’를 각각 선정하였다.
제주4·3평화문학상은 지난해 12월 20일까지 공모한 결과 시는 123명에 667편, 소설은 50명에 50편이 접수되어 올해 2월에 예비심사 후 지난 3월 15일에 본심사를 개최하고 이같이 선정했다.
시 당선작‘곤을동’은 역사적인 소재를 시화하는데 있어서 소재주의에 매몰되지 않은 점과 시적 정서에 걸맞는 가락이 애잔하게 살아 있는 점 그리고 주변의 일상의 언어로 시화하는 능력과 시의 확장성 측면에서 높게 평가되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소설 당선작 ‘검은 모래’는 재일한국인 또는 귀화한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한 가족사에 얽힌 진실과 오해, 그리고 화해라는 정점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질곡의 세월을 살아온 그들의 신산한 삶을 소설 속에 녹여내고 있는데, 당선자는 이 소설을 위하여 일본 도쿄로부터 175km 떨어진 태평양 상의 작은 섬인 미야케지마(三宅島)를 직접 찾아 조사를 벌일 정도로 많은 공력을 들였다고 밝혔다.
시 본심 심사위원에는 신경림(위원장)․김수열․김준태․백무산․이시영 시인등이 참여하였으며, 소설 심사에는 소설가 현기영(부위원장)․윤정모․평론가 김병택, 임헌영, 최원식 등이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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