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에 관한 동화/임보
아버지가 장에 가서
신발을 사 오셨다
5남매의 신발
다섯 켤레 고무신이었다
성미 급한 형은
며칠 신다 굽이 터지자 엿 사 먹고 말았다
마음 착한 누나는
매일 깨끗이 닦아 조심 조심 신었다
개구쟁이 막내 동생은
개천이고 산이고 첨벙대며 신고 다녔다
소심한 누이동생은
댓돌 위에 얹어 놓고 바라다만 보았다
나도 돌밭길을 달릴 때는
두 손에 벗어 들고 맨발로 뛰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형제들을 불러 놓고
자신의 신발들을 가져 오라 이르셨다.
형은 없는 신발을 가져올 수 없었고
막내의 신발이 제일 엉망이었다
가장 양호한 신발은
누이와 누님의 것
새 신발이 필요한 자는 바꾸어 주리라
아버지가 이르셨다
그러자 손을 든 놈은 오직
막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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