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磬 / 김제현
뎅그렁 바람 따라 풍경이 웁니다
그것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일 뿐 아무도 그 마음 속 깊은 적막을 알지 못합니다 만등이 꺼진 산에 풍경이 웁니다 비어서 오히려 넘치는 無上의 별빛 아, 쇠도 혼자서 우는 아픔이 있나 봅니다 *짧은 감상 외진 산사의 풍경 소리는 마음을 맑게 씻는다. 때로 '버려라, 죄다 버려 버려라'라는 말을 건네는 듯 하다. 바람 따라 풍경이 울 때 우리는 그 소리를 들을 뿐이다. 그 깊은 적막을 다 헤아리지는 못한다. 그래서 시의 화자는 만등마저 꺼진 산에 멀리 울리는 풍경 울음을 '비어서 오히려 넘치는 무상의 별빛'이라고 단언한다. 아, 쇠도 혼자서 우는 아픔이 있나 봅니다 뜻밖의 맺음이다. 그러나 혼자서 우는 아픔을 지닌 쇠의 이미지를 독자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시킴으로써 어떠한 역경이나 고통이 엄습해 오더라도 그것을 넉넉히 이겨내야 함을 넌지시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아직 매미울음이 한창이지만, 뎅그렁! 바람 따라 울고 싶은 가을이 저만치 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