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대숲 아래서/ 나태주

by 광적 2008. 3. 5.
대숲 아래서/ 나태주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것만은 아닌 가을,
해지는 서녘 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을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좋아하는 문학장르 >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엌의 불빛  (0) 2008.03.06
별을 보며 / 이성선  (0) 2008.03.05
반달 / 이성선  (0) 2008.03.05
갈대/신경림  (0) 2008.03.05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0) 2008.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