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들 / 정수자
일을 마친 소처럼 순하게 엎드린 들판
지친 숨소리에 하늘 가만 내려와
더불어 들을 쓸면서 끄덕이고 있다
반추의 안개 속에 반쯤 풀린 눈빛이여
여름내 바삐 달린 잔도랑물 뉘어주고
집 놓고 떠돈 낟알들 묻어주는 큰 집이여
미꾸라지 샅에 들고 새떼 먼길 갈 동안
진기 빠진 흙 당겨 촘촘히 다질 동안
타관의 춥고 멍든 발 하마 올까, 귀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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