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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폭포

by 광적 2008. 4. 1.
       폭포 /  오정국

낭떠러지를 헛디딘 게 아니다

장구나 북 장단은 저만큼 물러서는 게 좋겠다

폭포는 그렇게 한번 울고 싶었기에
배창자 끌어당겨 소리 한번 내는 것이다

동편제니 서편제니
따질 수 없겠다

꽹과리나 날나리는 봇짐을 싸는 게 옳겠다

폭포는 그렇게 주왕산 주산지의 왕버들을 닮았다 왕버들은
야산으로 들어가서 잡목들과 자리를 다투지 않는다 제 먼저 훌쩍,
물가로 내려가 뿌리를 키워 갯버들을 압도한다 벼랑길도
여기 와서 입을 닫으니

웅덩이가 깊고

폭포는
배창자 끊어질 듯 한번 울었기 때문에
침묵의 긴 웅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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