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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폭설 / 이명윤

by 광적 2008. 8. 13.
                              폭설 / 이명윤


  큰 눈이 왔다

  한 소년의 눈망울이 적설량을 재고 갔다


  새벽부터 눈을 치웠다 삽에 담긴 겨울이 무거웠다 개 한 마리 흥에 겨워 따뜻한

똥을 누고 갔다

 잠시 후 아이들이 눈을 끌고 다녔는데 눈이 배꼽을 드러내고 희게 웃었다

 하루 내내 눈을 치우고 안전표지판을 바로 세웠다


 다음날, 무슨 일이 있었느냐  능청스럽게 白雲을 문 하늘의 입 언저리가 새파랗다

 뭐라고 한 마디 해야겠는데

 파란 바람에 그만 눈이 시려와 그만두기로 했다

 보험설계사가 웃으며 새 달력을 건네준다 물끄러미 마흔과 조우했다

 깜박 잊고 있었던 봉투를 찾아 들었다


 우체국 가는 길, 일그러진 표정의 잔설이 자꾸만 발등에 올라탄다 골목을 돌자

 등 뒤로 개 짖는 소리 따라 걷기 시작하고

 소리는 점점 눈 뭉치처럼 커져만 가는데

 세탁소 이층집 창가에서 바라보던 아이, 눈이 마주치자 쿵, 커튼을 내린다


 눈두덩에 잔설이 떨어진 것은 우연일까 곁눈을 뜨자 가로수가 무거운 팔을 든 채

 멀뚱 쳐다본다 고개를 든다

 글썽글썽 눈구름이 참 곱다


<출처> 제9회 수주문학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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