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과수원 / 고영
시골 교회당 쪽으로 넝쿨이
한 뼘씩 자라나는 과수원,
길게 뻗은 청포도나무를 보고 있었다.
끝도 없이 펼쳐진
푸른 문장을 보고 있었다
첨탑사이로 올려다본 하늘은 너무나 푸르렀다.
피뢰침에 걸려 뚝뚝,
여문 종소리가 떨어지고 있었다.
산소방울을 달고 있는 청포도송이마다
어린 햇살들의 傳言이 눈부셨다.
누군가 할렐루야! 하고 부르면
금세 소리가 와르르 쏟아질 것만 같았다.
누구도 섣불리 따먹지 않을 듯한
투명한 유리구슬 태양들.
나는 목책 울타리 밖에서
햇살의 傳言을 듣고만 있었다.
신선한 일요일이었다.
청포도잎사귀가 세상을 푸르게 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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