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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세탁기는 출산 중이다 / 김경선

by 광적 2008. 8. 15.
 세탁기는 출산 중이다 / 김경선


세 군데를 들러 그녀를 만났다

통뼈인 그녀는 엉덩이가 펑퍼짐해서

자식도 쑥쑥 잘 낳을 거라고 했다


그녀의 체온은 220볼트

끈덕지게 사내를 덮치고

스파크처럼 튀어 올랐다

그녀의 괴성은 아래층 사내까지도 몸 달게 하고

독 오른 눈빛으로 문을 두드리게 했다

모든 정사는 쉽게 지치지 않는 법

그녀는 표정 한 번 바꾸지 않고

위층 아래층 사내를 가리지 않고

날마다 받아들였다

누가 뭐래도 최고였던


그녀,

얼마 전부터 자꾸 앓는 소리를 낸다

내 관절의 통증과 지지직 합선이 된다


노산인 그녀

덜컹거리며 만삭의 몸을 돌리기 시작한다

만성 요통인 내 허리가 뻐근해 온다

그녀의 불규칙한 신음이 잦아졌다


마지막 출산을 끝내면

베란다 구석에 편안히 잠들 그녀

오랫동안 기다려온 휴식이 마지막 손님처럼 찾아왔다

폐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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