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 김해자
넓어서인지만 알았습니다
깊어서인지만 알았습니다
억 겁 세월 늙지 않아 늘 푸른 당신
제 몸 부딪쳐 퍼렇게 멍든 줄이야
제 몸 부딪쳐 하얗게 빛나는 줄이야
흘러오는 건 모두 받아들이는
당신은 지금 이 순간도 멍듭니다
미워하지 마라, 다 받아들여라
생채기는 늘 나로부터 생긴다는 듯
생채기 없인 늘 푸를 수 없다는 듯
흐르고 흘러 더 낮아질 것 없는
당신은 오늘도 하얗게 피 흘립니다.
스스로 나누고 잘게 부수면
아무도 가를 수 없다는 듯
거대한 하나가 된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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