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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나무를 낳는 새 / 유하

by 광적 2012. 7. 24.

나무를 낳는 새 / 유하


찌르레기가 한 마리 날아와

나무에게 키스했을 때

나무는 새의 입 속에

산수유 열매를 넣어주었습니다.



달콤한 과육의 시절이 끝나고

어느 날 허공을 날던 새는

최후의 추락을 맞이하였습니다.

바람이, 떨어진 새의 육신을 거두어 가는 동안

그의 몸 안에 남아 있던 산수유 씨앗들은

싹을 틔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무는 그렇듯

새가 낳은 자식이기도 한 것입니다.



새떼가 날아갑니다.

울창한 숲의 내세가 날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