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낳는 새 / 유하
찌르레기가 한 마리 날아와
나무에게 키스했을 때
나무는 새의 입 속에
산수유 열매를 넣어주었습니다.
달콤한 과육의 시절이 끝나고
어느 날 허공을 날던 새는
최후의 추락을 맞이하였습니다.
바람이, 떨어진 새의 육신을 거두어 가는 동안
그의 몸 안에 남아 있던 산수유 씨앗들은
싹을 틔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무는 그렇듯
새가 낳은 자식이기도 한 것입니다.
새떼가 날아갑니다.
울창한 숲의 내세가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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