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박/김경성
노을 진저리쳐지게 붉다
가창오리 떼,
갈대꽃으로 칭칭 동여맨
천수만 물의 끝을
붙잡고
하늘로 오르고 있다
하늘 높이 퍼
올리다가 기우뚱,
붉은 물
논바닥에 쏟아버렸다
온통 붉디붉다
세상의 모든 경계가
지워지고 같은 빛깔이 되었다
노랑부리저어새 뜯어진
물결 위에 부리를 대고
미처 퍼 올리지 못한 물의
뼈를 솎아내고 있다
천수만 물을 퍼 올리는
가창오리 떼,
세상에서 가장 큰
두레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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