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두레박/김경성

by 광적 2012. 12. 17.

두레박/김경성
 

노을 진저리쳐지게 붉다

가창오리 떼,
갈대꽃으로 칭칭 동여맨
천수만 물의 끝을
붙잡고
하늘로 오르고 있다

하늘 높이 퍼
올리다가 기우뚱,
붉은 물
논바닥에 쏟아버렸다
온통 붉디붉다

세상의 모든 경계가
지워지고 같은 빛깔이 되었다

노랑부리저어새 뜯어진
물결 위에 부리를 대고
미처 퍼 올리지 못한 물의
뼈를 솎아내고 있다

천수만 물을 퍼 올리는
가창오리 떼,
세상에서 가장 큰
두레박이다

'좋아하는 문학장르 >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택수 시 모음  (0) 2013.01.11
소가죽북/ 손택수  (0) 2013.01.11
로드킬/전병호  (0) 2012.12.13
사랑의 물리학/김인육-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0) 2012.12.10
나무를 낳는 새 / 유하  (0) 2012.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