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이종섶
고향에서 보내준 매실 한 자루
깨끗하게 씻어 설탕과 함께 항아리에 담았다
몇 주 지나 궁금해서 뚜껑을 열어보는데
이런, 이가 다 빠져 옴팍 오그라든 입술로
왁자하게 수다를 떨고 있는 쭈그렁 할머니들이
한꺼번에 나를 쳐다보는 게 아닌가
인기척도 없이 문을 연 내가 너무 죄송해서
정중하게 안부를 여쭙고 문을 닫아드렸다
돌아서자마자 항아리 속에서 들려오는
한바탕 웃음소리,
할머니들 모처럼 살맛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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