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분주하다
김영옥
가을은 신의 손놀림 따라 매우 분주하다.
바다처럼 깊어지는 하늘 아래
투명한 바람은 훨씬 조신해지고
햇살은 더욱 짙은 빛깔로 공평함을 더해간다.
바람이 받은 신의 커다란 붓
한라산 능선은 단풍의 빛깔을 짙게 띤다.
구억마을 안 홑담 구멍으로 들어온 햇살이
귤나무 가지를 토닥토닥 어루만지면
가지마다 집어등을 켠다.
계절이 그리는 수채화 배경삼아
억새 바람에 맞춰 농부의 신명난 춤사위 끝이 없고
새별오름의 무대 위에서는
풀벌레들의 음악회, 덩달아 한창이다
그렇지만 축제도 한 철
머지않아 히말라야 양떼 같은 눈발이 서서히
가을의 분주함을 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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