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딱딱한 나/신옥철

by 광적 2021. 1. 22.

딱딱한 나/신옥철

 

 

좋은 생각이 났다

그리움을 액자 속에 넣어두어야겠다

바퀴벌레처럼 강한 식욕과 번식 능력을 갖추어 박멸이

불가능한 그를....

불 꺼지는 밤이면 활동을 개시하여

싱크대 안으로, 거실 탁자위로, 침대의 협탁, 욕실․화장대․천장․바닥

어디든지 날 찾아내어 먹어치우는 그를

이젠 박제시켜 잡아두어야겠다

그 속에서 정지 화면으로

돌아가지도 나아가지도

거두지도 멈추지도

울지도 웃지도 못하게.....

고흐처럼,

액자 속에서 최초로 만난 신처럼

그도 꼼짝 못하고 멈추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하루에 수십 번씩 다가가서 당한 만큼 희롱하며 열 받게 해야지

그에게도 고통을 알려줘야 한다

 

그렇다

이제 그를 액자 속에 넣어두어야겠다

 

'좋아하는 문학장르 >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돼지가 웃었다/구재기  (0) 2021.01.22
정기 검진/구재기  (0) 2021.01.22
돛배/신영순  (0) 2021.01.22
폭포/신영순  (0) 2021.01.22
유월/신영순  (0) 2021.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