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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돼지가 웃었다/구재기

by 광적 2021. 1. 22.

돼지가 웃었다/구재기

 

 

살아서는 하늘을 볼 수 없는

돼지는 하늘 한 번 보기가

평생 소원이었는지라

목숨을 버려서야 목욕재계하고

온몸을 뉘인 채

비로소 하늘을 보았다

 

돼지는 입만 슬쩍 벌리고 헤헤헤 웃었다

 

살아생전 웃을 일 전혀 없었던

돼지는 몸통마저 버린 채

머리만으로 높은 상에 올라앉으니

사람들은 저승 갈 노자까지

입에 물려주며

두 손 모아 큰절을 하였다

 

돼지는 소리 없이 크게 흐흐흐 웃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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