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체급/이운진
친구랑 싸우고
괜히 고집을 꺾기 싫어
짐짓 더 화가 난 척하던 날
나무가 햇살이 앉을 자리를 비워놓듯
친구가 내 자리를 비워놓고
점심을 먹는다
구석에 혼자 앉아
맛없는 밥을 먹다가
흘깃 쳐다본 순간
눈이 마주쳤다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놀라 눈길을 피하는데
가만히 웃어주는 친구
키는 내가 훨씬 큰데
마음의 키는 친구가 몇 배 더 큰가보다
식판에 고개를 박고
부끄러움을 감추며
마음에도 체급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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