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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원조 안흥찐빵집/최영규

by 광적 2021. 9. 5.

원조 안흥찐빵집/최영규

 

 

    

스물네 개 한 상자에 만 칠천 원하는 안흥찐빵

그 보름달을 한 상자 샀다

 

둥그렇고 커다란 무쇠솥 뚜껑을 열어젖히면

하얗고 맛있는 보름달들이 가득하다

 

1톤 트럭 가득 실어낼 만큼

밤낮없이 보름달을 쪄내는 원조 안흥찐빵집

 

꼭 회의실 같은 주방 안에는

환한 얼굴의 할머니들이 둘러앉아 달을 빚는다

하얀 가운을 입고 머리에도 하얗고 이쁜 달月을 썼다

 

할머니들은 틈틈이 손에 묻어 있던 달가루를 탁탁 턴다

주방바닥에 하얗게 뿌려져 쌓인 달가루

 

그래, 원조 안흥찐빵은 일 년 열두 달

가게 안엔 하얀 달가루가 지천이고

둥그런 보름달을 내 마음껏 살 수 있는

언제나 열려 있는 달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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