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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Mr. 밥/이동호

by 광적 2022. 7. 30.

Mr. 밥/이동호

 

 

 

밥 씨, 당신이 방금 내린 비행기에서 모락모락 김이 오른다

친부모를 찾아, 형제를 찾아 코리아를 방문한 밥 씨,

당신의 눈에도 적정한 온도로 눈물이 끓고 있다

당신이 苗種이었을 때부터 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나는 소상히 알고 있다

이 땅에서 파종되었지만 당신을 감당할 수 없는

천수답이었던 부모는

파란 눈동자를 지닌 기름진 양부모에게 당신을 옮겨 심었다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파란 눈을 가진 여자와 연애하여

당신도 아내도 닮지 않은 두 남매의 아버지로 살아왔지만

밥이 주식이 아닌 나라에서 열매맺기도 전에

미리 '밥'이었던 당신은,

늘 설익은 밥이나 삼층밥이 되어 살았을 것이므로

밥 씨, 끓고 있는 당신 가슴을 열지 않아도

이제 이 땅의 밥공기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당신은 어렴풋이 당신의 성씨가 이 씨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당신은 '밥' 씨이기 이전에도 밥이었음을 나는 알고 있다

떨어져 있는 내내 부모나 형제에게

당신은 늘 먹어도 씹어도 줄지 않는 고봉밥이었다

밥 씨, 당신은 눈물 가득 웃으며 전동계단을 내려

예정된 행로를 밟아 과거의 논밭으로 돌아가려 한다

당신의 부모가 여전히 천수답이어도

당신의 눈물은 농사짓기에 적당한 온도의 논물이어야 한다

공항 로비에서 나는 당신을 한 공기 다 비우고서야

그릇처럼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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