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홍사성
하늘 아래
가장 초라한 몸집을 가진
가장 낮은 삶을 사는
가장 질긴 목숨이다, 너는
티베트 고원 그 메마른 땅에서도 돋아나고
불탄 낙산사 뒤 숲
그 숯검댕이 속에서도 얼굴을 내민다, 너는
언제나 그랬다, 마치
양귀비꽃 앞에서는 고개도 못 들고
키 크고 잘난 놈만 보면 부끄러워하는
이름도 잘모르는 무엇이지만
언제나 선지피 같은 사랑 가슴에 품은
밟혀도 꺾여도 죽는 않는 목숨이다, 너는
이 세상 끝장날지라도
누구보다 먼저 되살아나
때맞춰 작은 꽃까지 피워내는
놀라움이다, 너는
눈물이다
너는
'좋아하는 문학장르 >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정의 비/김영산 (0) | 2022.11.13 |
---|---|
진신사리/홍사성 (0) | 2022.11.12 |
속도/유자효 (0) | 2022.11.12 |
가을, 그리고/조현지 (0) | 2022.11.01 |
아버지의 기저귀/김상민 (0) | 2022.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