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벚 등고선/최연수
하얗게 바깥이 저민다
햇살이 소금에 절인 듯 그늘이 파닥거리고
푸른 꽁지를 흔드는
산벚
등고선 밖으로 쿨럭 늦봄을 토해놓는다
공기를 따라 휘는 파문은
차가운 지도를 헤엄쳐 나온 나이테
한철 살아본 것들이 가지는 물결무늬다
나부끼는 허공을 따라가면
식욕 왕성한 오후가 바람을 층층 발라낸다
너와 나의 한때도
미처 지우지 못한 아린 냄새로 한순간 수로를 거슬러 오른다
가장 절정으로 기우는 추억
가장 낮게 허물어지는 잠
앙상한 뼈들을 숨기기 위해 살집을 늘린 나무가
지느러미를 부풀린다
잘 헤엄칠 수 있도록
유리창이 제 안을 말갛게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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