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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

아버지가 서 계시네/이종문

by 광적 2023. 5. 19.

아버지가 서 계시네/이종문

 

 

순애야~ 날 부르는 쩌렁쩌렁 고함 소리

무심코 내다보니 대운동장 한복판에

쌀 한 말 짊어지고서 아버지가 서 계셨다

 

어구야꾸 쏟아지는 싸락눈을 맞으시며

새끼대이 멜빵으로 쌀 한 말 짊어지고

순애야! 순애 어딨노? 외치시는 것이었다

 

너무도 황당하고 또 하도나 부끄러워

모른 척 엎드렸는데 드르륵 문을 열고

쌀 한 말 지신 아버지 우리 반에 나타났다

 

순애야, 니는 대체 대답을 와 안 하노?

대구에 오는 김에 쌀 한 말 지고 왔다

이 쌀밥 묵은 힘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래

 

하시던 그 아버지 무덤 속에 계시는데

싸락눈 내리시네, 흰 쌀밥 같은 눈이,

쌀 한 말 짊어지시고 아버지가 서 계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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