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서 계시네/이종문
순애야~ 날 부르는 쩌렁쩌렁 고함 소리
무심코 내다보니 대운동장 한복판에
쌀 한 말 짊어지고서 아버지가 서 계셨다
어구야꾸 쏟아지는 싸락눈을 맞으시며
새끼대이 멜빵으로 쌀 한 말 짊어지고
순애야! 순애 어딨노? 외치시는 것이었다
너무도 황당하고 또 하도나 부끄러워
모른 척 엎드렸는데 드르륵 문을 열고
쌀 한 말 지신 아버지 우리 반에 나타났다
순애야, 니는 대체 대답을 와 안 하노?
대구에 오는 김에 쌀 한 말 지고 왔다
이 쌀밥 묵은 힘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래
하시던 그 아버지 무덤 속에 계시는데
싸락눈 내리시네, 흰 쌀밥 같은 눈이,
쌀 한 말 짊어지시고 아버지가 서 계시네
'좋아하는 문학장르 > 좋아하는 時調'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치하이킹/김영주 (0) | 2023.06.08 |
---|---|
비비추에 관한 명상/문무학 (0) | 2023.05.22 |
서울1/서벌 (0) | 2023.05.19 |
곁/류미야 (0) | 2023.05.19 |
옷이 자랐다/최순향 (0) | 2023.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