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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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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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꽃/ 김정애
개밥바라기 주린 별이
당오름에 걸린 그 날
밥풀떼기 계급 달고
지뢰밭 철원을 넘어
반평생 가는 귀 뜬 채
살다 가신
아버지
*이달의 심사평
단수시조 한 편에서 시어 하나 하나의 의미를 풀어내면 책으로 써도 족히 한 권 분량이 되는 아버지의 일생을 읽는다. 초장의 서정적 울림이 강렬한 이 작품에서 '이팝나무 꽃'과 장교를 상징하는 '밥풀떼기 계급'은 이미지가 동일하다. '지뢰'가 가득한 철원의 전장을 누빈 아버지는 전쟁터의 신음을 평생 안고 살았다. '이팝나무 꽃'을 보며 아버지의 삶을 생각하는 화자의 눈시울이 촉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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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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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늬 셔츠/홍외숙
ㄱ자로 꺾인 등 모로만 눕는 노인
굴곡진 한평생을 촘촘히 구겨 넣고
노을이 쉬다 간 등 언덕
활짝 핀 꽃무더기
*이달의 심사평
허리가 굽어 '모로만 눕는' 노인의 '굴곡진 한평생'을 섬세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 누군들 생의 고비 고비마다 속 깊은 사연이 없겠는가마는, 허리 굽은 노인의 등을 보는 화자의 시선이 유달리 따뜻하다. 종장의 '노을이 쉬다 간 등 언덕' 같은 탁월한 묘사가 이 작품을 살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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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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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화폭/서배겸
빌딩에 등 떠밀려
뭉개진 초록 정원
못안골 민물장어
바싹바싹 목이 타서
뻘판에
상소 쓰느라
초서체를 갈긴다
*이달의 심사평
그림 같은 전원이 난개발에 밀려나고 시달리는 환경을 풍자했다. '찢어진 화폭'의 모양과 '민물장어'의 몸짓과 '초서체'의 이미지를 일관되게 밀고 나간 힘이 범상치 않다.'민물장어'가 '뻘판에 상소를 쓰'는 현실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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