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킥, 유채꽃/고영
열여덟 이른 나이에 사내를 알아버린 누이는 툭하면 집을 나가기 일쑤였다.
바람난 딸년을 집구석에 들여앉히기 위해 아버지는 누이의 머리끄덩이에 석유를 붓고 불을 싸질렀다.
머리에 꽃불을 이고, 미친년처럼 온 들판을 뛰어다니던 누이를 누렁개들이 좋아라 쫓아다녔다.
그 몰골에 차마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나는 그만 킥킥,
봄날이 가기 전에 누이는 결국 시집을 갔지만 배부른 신부를 보고 나는 또 그만 킥킥,
누이가 떠난 후 들판에 핀 유채꽃에서 진한 석유냄새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