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사람들에게 현명하게 대하는 법
살면서 사람 때문에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누군가 대수롭지 않게 던진 말 한마디에 잠 못 이루고, 누군가 아무렇지 않게 한 행동에 몇 날 며칠을 끙끙 앓게 되는 그런 날이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애써 상처 난 마음을 달래려, 굳이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 ‘틀림’이라 쓰고 ‘다름’이라 읽었죠.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그럴싸하게 보였지만 불가능한 일이었죠.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어도, 가슴으로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참 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참 고단한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마음속에서 지우고, 누군가를 마음속에서 죽이는 일. 결국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은, 결국 나를 죽이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여러 이유로 상처받고, 상처로 얼룩진 여러 날을 아파하면서 또 그렇게 살아냅니다. 상처로 얼룩진 날이 많았습니다. 상처를 털어내기 위해 미친듯이 무언가를 해야 했던 날이 많았죠. 그러다 우연히 달라이 라마의 「용서」라는 책 앞에 머물게 됐습니다. 마음에 쉬이 들여놓을 수 없는 단어와 문장들이 수북한, 제법 무거운 책이었죠.
한 장, 한 장 어렵게 앞으로 나아가자 마음이 간신히 정신을 차리는 듯 했습니다. 달라이 라마가 말하는 용서는, 결국 궁극적인 행복으로 가는 지혜였습니다. 참 애썼지만 그때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흩어진 활자에 불과했던 그 문장의 마음을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시간이 한참 흐른 후였죠.
사람 때문에 이렇게까지 아파해야 하나 싶은 날이었습니다. 분한 마음에 잠을 잘 수도, 음식을 먹을 수도 없었던 날. 상처로 얼룩진 시간이 길어지자 온갖 불안의 말들과 증오의 말들을 마음속에 깊숙이 쏟아냈습니다. 그렇게 쏟아진 불안과 증오의 씨앗 들은 무럭무럭 자랐고, 그만큼 크고 깊은 그림자를 마음속에 드리웠습니다.
인생 첫 종교를 갖게 되고, 6개월이라는 시간의 교리 수업을 받은 후에야, 달라이 라마의 <용서>를 간신히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체한 듯 오래도록 마음에 걸려 있던 문장이 조금씩 소화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용서’ 라는 의미를 희미하게나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자, 새로운 문장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상처를 받았다는 것은, 상처를 주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람 때문에 아파해 본 사람들은 말합니다. “지나간 인연일 뿐이야.”, “그냥 털어 버려라.” 하지만 이렇게 덧붙이고. 싶습니다.
내가 상처받았다는 건,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의미다. 나의 상처만큼, 아픔만큼, 누군가도 나 때문에 아팠을지 모른다. 그리고 달라이 라마가 전하는 용서의 지혜가 아니더라도, 오늘의 시간을 언젠가 사라질 누군가를 위해 쓰진 말자. 용서는 결국 나를 위한 선택이자, 선물 이다. 그리고 나를 위해 다시 다짐해본다.
나는,
나의 오늘을,
나에게 상처 준 이들에게 낭비하지 않겠습니다.
-행복한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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