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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외로움은 광부의 삽처럼 번들거리네/강동완

by 광적 2024. 12. 4.

외로움은 광부의 삽처럼 번들거리네/강동완

 

 

 

외로움은 광부의 삽처럼 번들거리네

어두운 추억들은 검은 석탄들처럼 힘없이 부서져 내리네

광부의 심장 속에서 뿜어져 나온 따뜻한 피가 단단한 암석 틈에서 흘러나오네

땅속에 숨어 있던 죽은 바람들이 광부의 뜨거운 목을 서늘하게 했네

석탄 가루가 날리면 광부들은 코를 손으로 막고 킁킁거리고

자꾸 눈을 깜박거리고 가볍게 날리는 것은 모두 아픈 것 이었네

광부의 시커먼 눈 속에서 잎사귀 가득한 나무들이 자라났네

강물의 냄새를 가진 꽃들이 피어났고 그 어두운 공간은

거대한 숲으로 변했지 광부들은 그 서늘한 그늘 속에서

모든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기도 했네

이 어둡고 사나운 공간에 호랑나비 하나 날아들었네

광부의 따뜻한 눈물이 나비의 영혼이 되었을까

자꾸 나비들은 광부의 젖은 눈 속으로 햇살처럼 뛰어드네

어둠뿐인 이곳에서 희미한 백열전등의 푸른빛이

광부의 가녀린 어깨위로 먼지처럼 떨어지네

삽으로 석탄을 캐던 광부는 어깨가 탈골되기도 했네

광부들의 거칠게 숨 쉬는 소리가 단단한 암석을 깨트린다

이리저리 부딪치는 빗방울처럼 떨어지다가 흔적 없이 말라가네

이 어둠속에서 광부의 시퍼런 입술 같은 추위가 서글프게 밀려온다

광부들의 입술은 차갑게 죽은 나비의 날개 같았네

백열전등이 꺼지면 무거운 어둠속에서 광부의 눈알들이 떨어져 나와

희미하게 불을 밝힌다

나는 이 숨 막히는 어둠속에서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까 아름다운 빛 속으로,

캄캄한 어둠과 두려움, 무의식이 매일 나를 덮쳐온다

외로운 광부들은 오늘도 번들거리는 삽을 들고 어둠이 가득 찬

내 머리 속에서 삽질을 하고 있다

내 머릿속에는 햇살처럼 핏물이 가득 차있다 붉은 눈물이 되어 흘러나온다

단단한 어둠속에서 다이아몬드 같은, 죽음보다 깊은 삶의 불빛을 찾는다

 

나는 오늘도 번득이는 삽을 들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삶속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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