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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산문

시인이란

by 광적 2025. 3. 10.

시인이란

 

    친구와 한 순배 하는 날이다. 송재구 회장은 시도반(詩道伴)과 다른 직업군이지만 시인 친구에 늘 견자(見者)다. 기꺼이 바라봐주고 시집이 나오면 박수를 주는 친구다. 김진우 교수는 노랫말을 만들면 곡을 붙여 가곡을 만든 친구다. ‘하얀 여름’ 가곡은 여름이 되면 KBS 정다운 가곡에서 심심찮게 방송 선을 탄다. 

 

    송 회장은 오늘따라 어려운 질문을 한다. ‘시인(사람)의 정의가 무엇이냐’ 묻는다. 사실 어떤 질문은 받으면 막연한, 경우가 있다. 우리가 흔하게 대하는 시는 그럭저럭 말하지만, 시인에 대한 정의는 그리 쉬운 대답이 아니다. 

 

    '시인이란’ 고대 그리스인들의 말을 빌리면 광기에 홀린 사람이라 말하기도 한다. 견자(見者, 눈여겨 살피는 자)라 하기도 했다. 더러는 영감(靈感)에 지배받아 세계를 보는 능력을, 가진 자로 여겼다.

 

    현대에 와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시인을 정의하기도 한다. 낡은 언어를 깨고 새로운 결(契)을 드러내는, 삶의 새순을 키워내는 사람이라 한다. 시인은 주변에 관심이 세세하며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 비상한 언어를 만나면 손뼉을 쳐대며 관심을 보인다. 감정과 사상을 쉽고 힘있게 표현하려 드는 부류들이다.

 

    말을 하다 보니 술좌석과는 그리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송재구 회장은 말의 끝을 열심히 들여다보거나 만져 봐주는 눈빛이다. 에라 모르겠다. 술을 좋아한 시인의 이야기나 하자. 

 

    중국 시인 중에 이태백이 있었다. 이태백은 술을 좋아한 시인으로 중국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이름을 날렸다. 이태백이 술을 처음부터 좋아하는 시인은 아니었다. 유난히 달을 좋아한 이태백은 창문에 들어오는 달빛이 술잔에 빠졌다. 빠진 달을 마셨다. 술이 찬 잔에는 다시 달이 빠졌다. 이태백은 달이 기우는 시간까지 빠진 달을 마셨다. 그러 저려, 사람들은 태백 시인을 들어 술(酒)의 시인이라 불렀다. 이렇듯 시인은 사물과의 정서적 교류를 한다. 이태백이 술잔에 빠진 달을 보고 수많은 시를 만들 듯 시인은 사물과 정서적 교류를 한다. 

 

    시는 독자마다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시의 매력으로 꼽는다. 이렇게 오묘 기묘한 언어 미를 만드는 사람이 시인이다. 의사는 병(病)을 치료하고 목사나 신부는 영(靈)을 치유하는 사람들이다. 시인은 마음의 심상(心象)들이다. 심령이 가난한 자들이다. 독자의 마음에 구체적인 이미지를 형성하여 시의 주제를 생생하게 전달의 역할 자다. 

 

    예를 들어 시인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삼고 있다면, 시각적 심상(예: 새빨간 노을)이나 청각적 심상(예: 새들의 노래)을 통해 그들의 아름다움을 더욱 생생하게 표현한다. 이러한 심상을 타자에게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고 정서를 연결해 주는 것이 시인이다.

 

    송재구 회장은 시인에게서 시의 소재는 어디서 찾느냐 묻는다. 그도 그럴 것이 무엇을 하든 원인이 있다. 시인이 시의 소재를 만드는 것은 주부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시장에 나가서 찬거리를 사 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인은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그 안에서 소재를 찾는다. 일상생활에 질문을 던지고, 생각의 낚싯대를 드리워 소재를 낚아낸다. 여행 중, 의문의 환경과 처음 보는 사물에 관심이 간다. 목사님 설교를 듣다가도 영감이 오기도 한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것은 가장 많은, 찬거리들이다. 어둠 속의 극장에서도 감정을 두드리는 대사가 나오면 슬그머니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어 한석봉이 글씨 쓰듯 몇 자를 적어둔다. 이를 들어 시인들은 시의 씨앗이라 하기도 한다. 시에서는 동질성 이질성, 상반성을 찾아 비교도 한다. 쉽게 말하여 두 가지 이상의 소재에서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찾아 비교해 나간다. 

 

    시인이 시를 쓰는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자의 시를 모방하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잘 짜인 시를 참고하여 자기 생각을 넣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소월도 수많은 동서양의 시인 시집을 보았다. 동주도 백석의 시집을 열심히 보았다. 송재구 회장은 오늘은 여기까지 하잔다. 허 긴 술자리에서 가장 맛있는 이야기는 클레오파트라 가슴 높이인데. 다음 주제로 넘겨두자.

 

[최창일 시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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