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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

우회를 꿈꾸며/권갑하

by 광적 2008. 3. 8.
우회를 꿈꾸며 / 권갑하


군자교 지나 길은 인질로 잡혔다
끝은 보이지 않고 되돌아갈 수도 없는
문명에 지친 하루가 빽밀러 속에 갇혀 있다.
지급기한 다 넘긴 주머니 속 어음장처럼
자꾸 눈에 밟히는 새우잠 자는 들꽃들
미풍이 지날 때마다 강도 비늘 벗는다.
벌써 몇 시간째 차선을 앞다투지만
가 닿을 꿈의 자리는 가드레일처럼 구겨져
중량천 검은 가슴 위로 맥없이 떠내려간다.
가장 늦은 귀가에도 가장 먼저 아침을 여는
온몸에 바퀴 자국 어지러운 젊은 가장이여
별은 왜 눈을 감아야만 보이는 것일까.
우회를 꿈꾸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핸드폰 밧데리마저 깜박대는 월릉교 부근
그리운 불빛 하나 둘 문을 걸어 잠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