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곶이 마을에서의 꿈 / 송광룡
- 석화리
1
돌꽃 피는 것 보러
돌곶이 마을 갔었다.
길은 굽이 돌면 또 한 굽이 숨어들고 산은 올라서면 또 첩첩 산이었다.
지칠대로 지쳐 돌아서려 했을 때 눈 앞에 나타난 가랑잎 같은 마을들, 무엇이 이 먼 곳까지 사람들을 불러냈나. 살며시 내려가 보니 무덤처럼 고요했다. 가끔 바람이 옥수수 붉은 수염을 흔들 뿐,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사람의 자취 묘연했다.
여러 날 헤매이다가
텅 빈 집처럼 허물어졌다.
2
화르르 타오르는 내 몸엔 열꽃이 돋고
세상은 천길 쑥구렁 나락으로 떨어지는데
누군가 눈 좀 뜨라고 내 이마를 짚었다.
나, 그 서늘함에 화들짝 깨어났다
눈 뜬 돌들이 지천으로 가득했다
온전히 제 안을 향한 환한 꽃밭이었다.
(199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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