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희고 둥근 세계 / 고재종
나 힐끗 보았네
냇가에서 목욕하는 여자들을
구름 낀 달밤이었지
구름 터진 사이로
언뜻, 달의 얼굴 내민 순간
물푸레나무 잎새가
얼른, 달의 얼굴 가리는 순간
나 힐끗 보았네
그 희고 둥근 여자들의
그 희고 풍성한
모든 목숨과 신출神出의 고향을
내 마음의 천둥 번개 쳐서는
세상 일체를 감전시키는 순간
때마침 어디 딴세상에서인 듯한
풍덩거리는 여자들의
참을 수 없는 키득거림이여
때마침 어디 마을에선
훅, 끼치는 밤꽃 향기가
밀려왔던가 말았던가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