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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

서울 황조롱이/김춘기

by 광적 2008. 3. 11.
        서울 황조롱이

                                           김춘기
 
   
 
1.
비정규직 가슴 속에 안개비가 내리는 
여의도길 전주 한켠 둥지  황조롱이
옥탑방 살림살이가 긴병처럼 힘에 겹다
 
2.
 능선 너럭바위에 건들바람 불러 모아
풋풋한 날개 저어 억새 탈춤에 신명나면
제일  나무에 올라 흐벅진  곧추세우던 
 
3.
오늘은 밤섬에서 찢긴 비닐 비집고는
마포대교 어깨에 앉아 깃털 훌훌 털어내고
북악산 여름 숲으로 건듯 날아오르는구나
 
4.
순환선 철길 위를 에도는  발자국
휴대폰에 떠오르는 눈빛 모두 잠재우고
물소리 푸른 강가에서 시계 풀고 살고 싶다

 <200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시조 심사평   4연 작품의 구성과 긍정적 삶의 자세 돋보여

 
 
 
 
최종심에 다섯 편이 올랐다.

강원도 이영신의 '동강사설', 부산 변경서의 '가을과 겨울 사이', 경주 김희동의 '풍경 울다', 광주 이상선의 '아침, 수산시장', 경기 김춘기의 '서울 황조롱이'다. 모두 연시조 작품으로 4연 구성 2편과 3연 구성 3편이었다. 이들 작품 모두 언어 감각, 표현력, 이미지 처리 능력, 가락의 유연성에 있어 열심히 쓴 작품이었으나 연과 연 짜임의 필연성이 부족한 것 같았다.

당선작 '서울 황조롱이'는 4연 작품의 구성이 돋보였고 시인의 감정을 황조롱이에 이입하여 현실 문제를 아프게 조명하였으며 현대 시조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다. 또 자연 속으로 돌아가 일상사의 무거운 짐을 부려놓고 건강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긍정적 삶의 자세가 돋보였다. 본심 심사위원 전치탁·정해송
 
시조 당선소감 - 시어 갈고닦아 다시 보고 싶은 시조 쓰고파

 
  김춘기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행복하다. 시조는 우리 주변에서 작은 소재를 찾아 그것을 가장 선명한 언어로 압축하고, 거기에 운율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시를 좋아한다. 그러나 많은 시를 읽고 난 후, 그 시가 다시 손에 잡히는 경우는 드물었다. 오히려 현대시조를 읽고서 그 잔잔한 울림에 마음이 끌릴 때가 많았다.

시는 세상의 많은 광물 중 가장 순도가 좋은 것들만 골라내 이를 다시 깎고 다듬어 독특하게 진열해 놓은 언어의 보석인 것이다. 나는 이 보석들이 보면 볼수록 다시 보고 싶어지는 그런 시조를 쓰고 싶다.

나는 본래 전공이 과학지만, 문학을 전공하지 않아 시쓰기에 더욱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평소 관심이 있는 환경문제에 대하여 접근해 볼 생각이다.

당선소식을 들으니 멀리 광주의 송광룡 시인이 생각난다. 7~8년 전 내가 시조에 입문할 때 길라잡이가 되어 주신 분이다. 이 기쁨을 맨 먼저 전해드린다. 또한, 열린시조학회의 윤금초 선생님과 동료문인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오늘따라 고향의 늙으신 아버님과 두 달 전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아내가 더욱 그리워진다. 그리고 두 아들 남인이 남규의 존재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앞으로 문학의 텃밭을 일구며, 내가 아끼는 제자들을 비롯한 정겨운 사람들과 어울리며 아름답게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

<약력> ▷1954년 경기도 양주 출생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교육과 졸업 ▷제9회 금호시조상 우수상 ▷제5회 공무원문예대전 시조부문 우수상 ▷현재 경기도 고양시 덕양중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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