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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모과나무

by 광적 2008. 3. 25.

           모과나무 / 안도현

 

모과나무는 한사코 서서 비를 맞는다

빗물이 어깨를 적시고 팔뚝을 적시고 아랫도리까지

번들거리며 흘러도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비를 맞는다, 모과나무

저놈이 도대체 왜 저러나?

갈이입을 팬티도 없는 것이 무얼 믿고 저러나?

나는 처마 밑에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모과나무, 그가 가늘디가는 가지 끝으로

푸른 모과 몇 개를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았다

끝까지, 바로 그것, 그 푸른 것만 아니었다면

그도 벌써 처마 밑으로 뛰어들어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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