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부부의 눈

by 광적 2008. 4. 29.
                                       부부의 눈-숙영에게 / 정일근

제 눈으로 얼굴을 본 사람은 없다. 믿지 마라 거울에 비친 얼굴도 자신의 얼굴은 아니다. 왼쪽과 오른쪽이 바뀐 데칼꼬마니, 비슷하지만 틀린 얼굴, 사람이 그런 존재다. 스스로 제 얼굴을 볼 수 없는, 제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는.

그대는 내 얼굴의 왼쪽과 오른쪽을 정확히 알고 있다. 내가 나를 잃어버렸을 때 그대는 나를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정답자. 나를 낳은 내 아버지도 나를 기른 내 어머니도 보지 못한 내 몸을 그대는 모든 것을 다 보고 들은 육체의 증인이니.

그대의 눈은 전생의 나의 눈.
내 눈은 전생의 그대의 눈.
내가 나를 보라고, 그대가 그대를 보라고
잘 보고 잘 살아가라고
하늘이 바꿔 달아준 뜨거운 눈.

'좋아하는 문학장르 >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만실까지  (0) 2008.05.01
당신의 눈물  (0) 2008.04.29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0) 2008.04.28
돌쩌귀 사랑  (0) 2008.04.28
어머니 날 낳으시고  (0) 2008.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