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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

수련/채호기

by 광적 2008. 5. 7.
       수련 / 채호기 
 
  안개 낀 새벽에 수련의 저 흰 빛은
  수련이 아니다. 누가 공기의 흰 빛과
  수련의 흰 빛을 구분할 수 있겠는가?
  부풀어오르며 대기를 가득 채우는 수련,
  공기처럼 형태도 없이 구석구석
  끝도 없이 희게 빛나는 수련이여!
  
  안개 낀 새벽에 공기는 수련처럼
  희게 빛나다가 물처럼 푸른 두께로
  출렁인다. 수련은 창틀 없는 유리처럼
  푸른 깊이의 메아리. 물이 저 밑바닥의
  내면으로부터 물풀을 흔드는 물고기
  헤엄치는 혀로 푸드덕 말을 할 때
  솟아오르는 커다란 공기 구릉―수면을 깨뜨리는
  
  흰 포말 흰 파편은 수련,
  물-말이 깨어져 날카롭게 빛나는 흰 수련!
  
  수련 주위의 보이지 않는 저 공기는
  수련의 생각들이다.
  우리가 글자를 읽어나갈 때
  우리 주위에서 태어나는 생각의 파동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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