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2001년 11월 24일 울산 동평초등학교 교사 5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조강좌의 원고입니다. 이번 강좌는 시조의 발전을 위해 현 교육과정에 나오는 몇 수의 옛시조라도 선생님들이 관심을 갖고 지도하길 바라는 뜻에서 시조의 중요성과 시조의 형식, 초등학교에서의 시조지도 방법의 개략적인 소개, 현대시조의 감상 등을 중심으로 짜여져있습니다.
1. 시조란 어떤 글인가?
◈ 우리 민족이 만들어 낸 고유하고 독특한 정형시. 어느 나라든지 그 민족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민족 문학이 있습니다. 일본의 '와카. 하이쿠', 중국의 '절구', 우리 나라의 경우는 700년 동안 발전해 온 '시조'를 들 수 있습니다. 정형시란 일정한 형식이 있는 시입니다. 정형시로써 하이쿠나 절구는 형식이 엄격하여 글자 수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시조는 종장 첫 걸음 석 자, 둘째 걸음 5 ~ 9자로 정해져 있을 뿐, 글자수의 가감을 할 수 있습니다. 융통성이 많습니다. 마음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폭이 그만큼 넓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점에 미루어 정형시로써의 시조는 다른 나라의 어느 민족시보다 월등히 우수한 형식을 갖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 우리 민족의 얼과 생활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문학형식. 시조 이전의 모든 시형(詩型)은 시조의 발생을 위한 준비이고, 시조 이래의 시형들은 시조에서 분파한 형식이라 할 만합니다. 민족 생리에서 우러나오지 않은 시형들은 일시적으로 각광을 받았다 하더라도 곧 도태되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시조만은 700∼800년을 두고 민족의 얼과 정서를 담아 줄기차게 오늘에 이른 유일의 민족 문학입니다.
아빠 어릴 적에 할머니 몰래 보던 만화책 읽어보며 "하하 호호" 웃는 재미 이불을 푹 덮은 채 하루 해가 저문줄 모른다
- 동평초등 5년 조유형 '만화책' 전문
* 위 작품은 동평초등학교 여름방학 동시조교실 둘쨋날에 연 시조백일장에서 장원을 한 5학년 조유형이라는 학생의 작품입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시조의 가락과 쓰기는 우리가 본능적으로 체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그것을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번역하여 가르치는 일이 부족할 뿐입니다. 닿소리, 홀소리 24자를 깨우치면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듯이 시조의 정형만 깨우치면 누구든지 쓰고 읽을 수 있습니다.
북천(北天)이 맑다커늘 우장(雨裝)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하노라
* 위 시조는 백호가 기녀 한우(寒雨)에게 준 [한우가(寒雨歌)]입니다. 당시 한우라는 기녀는 재색을 겸비한데다 시문에도 능하고 거문고와 가야금에도 뛰어났고, 노래 또한 절창이었습니다. '찬비'는 '한우(寒雨)'를, '맞았다'는 '만났다'의 은유입니다. '찬비를 맞았다'는 말은 기녀인 한우를 만났다는 말이 되며, '얼어 잘까 하노라'는 '몸을 녹여 자고 싶다'는 역설입니다. 오늘은 한우를 만났으니 자고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이 얼어 자리 무슨 일로 얼어 자리 원앙침 비취금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 잘까 하노라
* 무엇 때문에 얼어 주무시렵니까? 무슨 일로 얼어 주무시렵니까? 원앙침 베개, 비취금 이불 다 있는데도 왜 혼자 주무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오늘은 찬비를 맞으셨으니 저와 함께 따뜻하게 주무시고 가십시오. 베개, 이불, 잠이라는 말은 했어도 야하거나 속되지 않습니다. 비꼬는 것 같기도 하면서 뒤틀리지 않은 한우의 노래는 천하 일품입니다. 살뜰한 인정이 노래 가득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사랑의 화답시조입니까?
옥(玉)이 玉이라커늘 번옥(燔玉)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진옥(眞玉)일시 적실하다 내게 살송곳 있으니 뚫어볼까 하노라 - 정철
철(鐵)이 철이라커늘 섭철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 하니 정철(正鐵)일시 분명하다 내게 골풀무 있으니 녹여 볼까 하노라 - 진옥
* 근화악부(槿花樂府) 수록. 언어 기교적 측면이 승한 작품으로 당시의 사대부와 주고받은 시로서는 대단히 농염한 작품입니다.
위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시조는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포은의 '단심가' 등과 같은 우국충정부터 남녀간의 애정까지 다양한 주제로 온 국민들이 즐겨 쓰고 읽어온 국민문학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그들의 국민문학인 하이쿠를 즐겨 쓰고 읽으며 세계화시키는데 온 전력을 기울이는데 비해 우리의 국민문학인 시조는 우리 국민으로부터 푸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그것은 민병기교수의 지론처럼 근대화 과정에서 외국 것은 무조건 좋고 우리 것은 하잖게 여기는 병폐 때문입니다. 세계 속의 한국이란 말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이제 우리 것을 찾아 계승·발전시켜나가야 할 때입니다.
2. 시조의 종류
① 평시조(平時調) : 초·중·종장이 각 15자 내외, 총 45자 내외의 단형 시조(短型時調).
② 엇시조(時調) : 평시조보다 초·중장 가운데 어느 한 장이 자수(字數)가 무제한으로 길어지고 종장에는 그다지 변화가 없는 중형시조(中型時調)를 말한다.
靑山도 절로 절로 綠水라도 절로 절로 山절로 절로 水절로 절로 山水間에 나도 절로 절로 그中에 절로 절로 자란 몸이니 늙기도 절로 절로 하리라 - 김인후 -
③ 사설 시조(辭說時調) : 평시조보다 초·중장이 제한 없이 길고 종장도 어느 정도 길어 진 시조. 사슬 시조라고도 하는 장형 시조(長型時調)이다.
간밤에 자고 간 그놈 아마도 못 잊겠다/ 기와장이의 아들인지 진흙에 뽑내듯이 두더지 자식인지 꾹꾹이 뒤지듯이 사공의 성녕인지 상앗대 지르듯이 평생에 처음이요 흉칙히도 얄궂어라/ 전후에 나도 무던히 겪었으되 참 맹세 간밤 그놈은 차마 못잊을까 하노라 - 무명씨
④ 연시조(連時調) : 한 제목 밑에 여러 수의 평시조를 엮어나간 시조. 맹사성(孟思誠)의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이황(李滉)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등이 이에 속함.
폭력의 정치들이 거리를 누빌 때도 그는 말이 없었다 창 밖의 풍경에 관해 시간이 그런 인내를 그에게 가르쳤다.
다만 의자 위에 잠이 든 손님을 보며 그는 생각했다 잊고 있던 그의 生을 때로는 상처에 의해 가꾸어지는 영혼을.
거울 속으로 사라지는 푸른 날의 기억들 김씨의 손 끝은 이제 조금씩 떨리지만 그 어떤 가면 앞에서도/의연히 가위를 든다.]
- 이우걸의 '청산이발소 김씨' 전문
3. 시조를 배우면 길러지는 힘은?
◈ 생각하는 힘이 길러집니다. ◈ 글로 표현하는 힘이 생깁니다. ◈ 상상력과 창의력이 길러집니다. ◈ 사물을 바르게, 깊게 보는 힘이 길러집니다. ◈ 아름다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4. 시조의 형식 - 3장 6구 12음보
초장 : 감의 씨를/잘그시 쪼개면//작은 스푼/들어 있다(4/6//4/4) 중장 : 흙 속에/썩어지면//단물 들어/일용할 양식(3/4//4/5) 종장 : 내 죽어/내 영혼 銀스푼은//어느 땅 시로/태어나랴.(3/7//5/4) <이상범의 '작은 스푼' 전문>*
高3 아들 / 추창호
대문짝만한/ 웃음 하나// 씨익/ 남겨 놓고// --------초장 3 4 3 4 --------기본음수율 책가방/ 무게만큼// 힘겨운/ 세상 길을// --------중장 3 (3) 4 3(4) 3(4) --------기본음수율 열려진/ 새벽을 따라// 성큼성큼/ 가는구나//--------종장 ③ 5-9 4 3 --------기본음수율 ↑
* / 음보, // 구
첫째, 시조는 3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초장, 중장, 종장 둘째, 시조는 각 장마다 네 걸음(음보)을 걷습니다. 셋째, 종장의 첫걸음은 반드시 '석 자' 입니다. 넷째, 종장의 둘째 걸음은 5 ~ 9자가 좋습니다.
5. 초등학교에서의 시조 지도 방법
- 시조의 형식 지도시 : 음수율보다는 음보율로 지도, 암송하면서 박수 쳐보기, 걸어보기 등으로 한 장이 4음보로 이루어져 있음을 체득시킴.
- 삼행시 짓기 : 자기·친구 이름, 동식물 등 세 낱말로 된 꽃이름, 이름 정하기 - 삼행시 짓기 - 각각 네 걸음으로 고치기 - 제목 붙이기 - 발표하기
- 마인드맵 이용하기 : 제목 정하기 - 마인드 맵 만들기 - 비슷한 생각끼리 묶기 - 초장, 중장, 종장으로 앉혀 초안 잡기 - 선생님께 지도 받기 - 퇴고하기 - 발표 및 작품 감상
- 퍼즐
- 동시를 시조형식으로 고치기
- 시조의 한 부분을 자기 생각으로 고치기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연필심) 검다하고 (지우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아마도 겉 희고 속 검을 손 너뿐인가 하노라 - 이직 -
- 시조로 일기 쓰기
꾸벅 칠판보고 인사하다 선생님께 걸렸다 손바닥 마사지로 손바닥이 아팠다 이제는 밤이 늦도록 티비 보지 말아야겠다.
6. 퇴고하기
- 각 장마다 네 걸음이 되었는가? - 종장의 걸음걸이(첫걸음 - 석 자, 둘째걸음 - 5 ~ 9자)가 맞는가? - 어색하게 읽혀지는 부분이 없는가? - 다른 것으로 빗대어 표현할 부분은 없는가? - 자기의 생각이 잘 나타났는가?
7. 작품 감상
복습시키다가 / 조운
배운 걸 모른다고 툭 질러 나무랬다.
눈물 섞인 소리 다시 고쳐 읽는 모습
엊그제 나하던 양 같아 선웃음을 삼킨다.
동짓달.../ 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어 춘풍 니불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른님 오시어든 날 밤이여든 구
<출처: 시조사랑> |